[맘스타임즈, 최영진기자] 국가보훈처가 일제강점기, 학생의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2천 5백 90여 명의 학적부를 수집·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시의 학생 독립운동 연구는 물론, 다수가 아직 포상이 이뤄지지 않아 학생 독립유공자 포상 확대를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3일 “제93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지난 201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학생운동에 참여한 학교의 학적부를 수집·분석한 결과, 전국 60개교 학적부에서 독립운동 참여자 2,596명을 확인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생 독립운동 참여 기록이 담긴 학적부 발굴은 지난 3년 동안 각급학교와 국가기록원의 협조를 통해 진행됐다.
특히, 학적부를 통해 드러난 학생 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 함흥학생사건, 동맹휴학, 노다이사건 등 지역에 따라 다양했는데, 독립운동 참여로 인한 퇴학과 정학 등의 징계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전국적으로 발발했던 학생 독립운동의 양상과 내용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에 확인된 학적부를 징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퇴학이 1,033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기정학 565명, 유기정학 483명, 훈계 199명, 무기근신 197명 등이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90건), 부산에서는 동래공립고등보통학교(현 동래고등학교, 727건)와 부산제2상업학교(현 개성고등학교, 253건), 광주에서는 광주공립보통고등학교(현 광주제일고등학교, 281건)와 광주공립농업학교(현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 150건)에서 많은 학생들의 독립운동 참여 기록이 확인됐다.
서울 연희전문학교 학적부에서는 3·1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독립운동 참여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중 현재까지 발견된 학적부에서는 처음으로 함흥학생사건*에 학생들이 참여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연희전문학교 윤OO의 학적부에 “1941년 9월, 함흥학생사건으로 함흥경찰서에서 문초를 받아 퇴학시키기로 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동안 동맹휴학이나 가사로 퇴학했다는 기록은 많았지만, 이번에 수집된 학적부에서는 그 사유를 함흥학생사건이라고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붙임2 학적부 참조)
부산에서는 동래공립고등보통학교와 부산제2상업고등학교가 활발한 학생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총 980여 건 중 대부분이 동맹휴학과 노다이사건*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래공립고등보통학교 김OO의 학적부 앞면에 가사에 따른 퇴학으로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뒷면에 실제 퇴학 사유가 적혀있는 학적부로, 노다이사건으로 인한 처벌로 퇴학당했다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붙임3 학적부 참조)
광주공립고등보통학교와 광주공립농업학교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난 발원지이자 시위가 최초로 발발한 학교이며, 광주공립농업학교는 3·1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또한, 광주공립보통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독립운동 활동과 징계 기록을 상세히 기록한 명예졸업대장(붙임4 참조)이 남아있기도 했다.
명예졸업장은 해방 이후인 1949년에 전남지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독립운동 등으로 불가피하게 졸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수여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번에 수집된 학적부를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앞으로도 각급학교와 국가기록원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독립운동 참여학교 학적부 수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학적부 수집에 협조한 연세대학교(전 연희전문학교) 측은 “이번 학적부 제공을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학생 독립운동가들이 포상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우리 선조들의 목숨을 건 항일 독립투쟁에는 언제나 청년 학생들이 있었다”면서“국가보훈처는 앞으로도 학생 독립운동 참여학교 학적부 등 지속적인 독립운동 사료 수집과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일류보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2년 10월 말 현재 독립유공자 포상자는 총 17,588명이며, 이 가운데 학생 독립운동 포상자는 719명이다.